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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상인간이 노래까지 냈다고?

by 끙정 2022.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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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인간 로지가 가요계에 데뷔했습니다. 로지는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만든 가상인간입니다. 신한라이프가 지난여름 선보인 광고에서 주목을 받은 뒤, SNS에서 활동하며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입니다. 각종 광고를 찍은 것과 더불어 최근에는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결국 가수까지 데뷔했습니다.

 

 

 기업들은 속속들이 가상인간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엘지는 초거대 인공지능 엑사원을 통해 구현한 가상인간 틸다를 뉴욕 패션 위크에서 공개했습니다. 이외에도 래아, 루시, 수아, 유아, 리원 등 계속해서 가상인간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가상인간들은 기본적으로 SNS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면서 모델 활동을 하거나 음반을 내는 등의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가상인간은 아직 성공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가상인간은 있었습니다. 일본의 사이버 가수 다테 교코가 있었고, 우리나라에는 사이버 가수 아담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신드롬 수준의 인기를 끌었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죠.

 

 그랬던 가상인간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가상인간 구현을 위한 딥러닝 기술의 발전

 과거에는 1~2분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모든 팀원들이 며칠 밤을 새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딥러닝 기술을 통해 보다 쉽고 빠르게 구현이 가능합니다.

 

Z세대의 취향을 담은 구체적인 세계관 설정

 로지는 자유분방하고 사교적이며, 여행과 서핑, 스케이트보드, 프리다이빙, 클라이밍, 러닝 등을 즐깁니다.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아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가상 인간들은 이처럼 세계관이 매우 구체적이며 Z세대의 취향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 셀럽들의 취약점인 사생활 리스크

 최근 몇 년 사이에 달라진 문화 현상은 투명화입니다. 과거에는 연예인의 사생활은 개인의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현대사회에서 연예인의 사생활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화면 밖에서의 행동과 과거가 매우 큰 리스크로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가상인간은 남을 때리지도 않고, 음주 운전을 하지도 않으며, 도박을 하거나 불륜을 하지도 않습니다. 어떠한 사생활 리스크도 없기 때문에 기업의 이미지를 해칠 위험도 없습니다.

 

 


 

 그러나 가상인간의 미래가 밝다고만은 볼 수 없습니다. 언론에서는 가상인간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대중들은 가상인간에 대해 큰 관심과 애정이 없습니다. 여전히 인터넷 상에서 갑론을박이 있는 이유입니다.

 

 

가상인간이 가지는 한계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완전한 가상인간은 없다

 로지는 가상인간일까요? 캐릭터일까요? 아직까지는 캐릭터에 가깝습니다. 로지의 신체가 완벽하게 가상으로 구현되지 않았으며, 행동과 음성 또한 완전한 가상이 아닙니다. 마블의 헐크나, 반지의 제왕의 골룸처럼 사람이 연기하고 얘기하는 것을 가상인간의 가면만 덧씌운 것입니다. 현재까지는 골룸과 로지는 다를 바가 없는 것이죠. 결국 로지는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겉모습만 가상인 인간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상인간은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사고와 행동이 가능한 가상인간입니다. 그러나 그 수준까지 가기 위해서는 몇십 년이 더 걸릴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스토리와 개성이 없다

 대중들이 아티스트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티스트의 겉모습과 예술작품 때문만은 아닙니다. 진정한 팬덤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심적 교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탄생한 셀럽인 가상인간들은 인간다운 스토리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스토리는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상인간들은 언제나 완벽한 모습과 설정만을 보여줍니다. 동경할만한 대상인 것은 맞지만 팬이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허들이 있는 것이죠.

 또한 가상인간의 목적은 결국 마케팅입니다. 가상인간이 주체적으로 존재하거나 행동하지 않고 기업의 목적에 따라 탄생되고 행동하는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마케팅에 최적화된 모습과 행동을 보일 뿐입니다. 로지, 래아, 루시, 수아, 유아, 리원 등의 수많은 가상인간들이 매우 유사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름도 비슷하며, 생김새도 비슷합니다. 모두 다 이십 대 초반이며 피부가 하얗고 마른 몸을 가졌습니다. 마케팅 목적으로 탄생했다 보니 마케팅 타깃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이지요.

 

 

인간에게 공포를 준다

 가상인간은 벌써 인간들에게 공포를 주고 있습니다. 가상인간 앵커가 뉴스를 대신하고, 가상인간 모델이 패션쇼를 대신합니다.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로봇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입니다.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라는 로봇공학 이론이 있습니다. 인간을 닮은 로봇이나 가상 인물에 대해 초기에는 호감을 느끼지만, 유사성이 일정 수준을 넘기면 불쾌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가상인간이 완벽하게 인간을 대체할 수준으로 올라가면 인간은 그 두려움에 가상인간을 파괴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가상인간을 활용하는 기업을 불매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가상인간이 설 자리가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상인간이 가지는 한계점은 가상인간이 실제 인간을 대체한다는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생기는 한계점입니다. 관점을 바꾸면 한계점들은 모두 해소됩니다.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보는 것이죠. 가상인간이 인간을 보완하는 존재가 될 때는 한계점들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가상인간은 실제 인간의 영역과는 별도로 가상인간만의 활동영역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과 똑같아질 이유도, 인간에게 공포심을 줄 우려도 없습니다. 아이돌 그룹 애스파가 실제 인간 멤버들과 함께 그들의 아바타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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